‘표절일까 진화일까’ 창작이 사라진 방송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2019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에 이어, 2020년 <미스터트롯>, 현재 방송 중인 <미스트롯 2>까지 연달아 제작·흥행시키며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을 이끌고 있어요. 그렇게 비인기 장르였던 트로트가 인기 장르로 급부상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자 전 방송사가 너 나 할 것 없이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을 양산하기 시작했지요. 그중 MBN은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 <보이스트롯><트롯파이터>를 편성했는데요.

ⓒ TV조선 <미스터트롯>, MBN <보이스트롯>

이에 TV조선이 유사 트로트 예능을 론칭한 MBN을 상대로 포맷 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TV조선 측은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발송했으나, MBN이 답을 주지 않았다. 방송사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는데요. MBN 측은 “TV조선의 프로그램과 다른 포맷으로 제작돼 표절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자사의 <나는 자연인이다> 포맷을 TV조선이 <자연愛산다>라는 프로그램으로 먼저 표절했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어요.

🎤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만의 문제일까?
이번 소송은 방송사별 포맷 표절 소송의 첫 사례인 만큼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방송계에서는 먹방예능, 관찰예능, 가족예능 등 프로그램 하나가 성공하면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폐해가 계속되어 왔어요.

🏆 어느 프로그램 우승자야? <슈퍼스타K>의 아류작들

ⓒ Mnet <슈퍼스타K>

2009년 Mnet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최초로 선보였어요. 해당 프로그램은 서인국, 허각, 존박,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등 다수의 스타를 배출했지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이후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KBS <탑 밴드> 등 비슷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졌어요. 각각의 프로그램들은 수차례 시즌을 이어가면서 우승자를 배출했는데요. 그 때문에 누리꾼들은 누가 어느 프로그램의 우승자인지 모르겠다는 웃픈(?)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답니다.

ⓒ Mnet <프로듀스 101>, KBS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Mnet은 이후 <프로듀스 101>이라는 또 다른 메가히트작을 내놓았는데요. 이후 KBS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MBC <언더 나인틴> 등 연달아 유사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지만 원조를 따라가진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어요.

👨‍👨‍👧‍👦 원조마저 누른 유사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vs <슈퍼맨이 돌아왔다>

ⓒ MBC <아빠! 어디가?>

MBC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이 시골 오지마을로 떠난다는 컨셉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일요 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어요. 육아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KBS는 48시간 동안 아내 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아빠의 육아도전기를 담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제작했는데요.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특히 두 프로그램은 동 시간대 전파를 타며 각각 10%대(닐슨 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그야말로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유사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청률에서 앞섰고 이후 <아빠! 어디가?>를 디스(?) 하는 자막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 ‘재밌으면 그만일까?’ 방송 프로그램 포맷 소송이 의미 있는 이유

ⓒ TV조선 <미스터트롯> 콘서트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많은 OTT 플랫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 중이에요. 넷플릭스를 필두로 국내외 방송업계 관행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선공개하는 전에 없던 방식을 취하고 있지요. 이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즉 ‘원조’라는 수식어가 더욱더 값져지고 있는 만큼, 방송사 간의 포맷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여행, 먹방 등 비슷한 포맷 베끼기는 이전에도 많았으나, 서로 관행으로 여기거나 법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비록 TV조선이 승소하지 못한다 해도 방송업계에 베끼기 관행에 대해 환기를 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트렌드사파리 관람내용 요약
1.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포맷 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2.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명목하에 무분별한 프로그램 포맷 베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어요.
3. 이번 소송전이 방송가의 문제의식 없는 포맷 도용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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