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먼저일까, 사생활이 먼저일까? 팽팽한 ‘디지털 유산’ 공방

“내 SNS 비밀번호 공유해줄게. 나 죽거든 내 계정에 올린 것들 싹 다 지워주라.”

친구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 나눠본 적 없으신가요? 그만큼 SNS에 개인적인 비밀이나 고민거리 등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싸이월드의 사진 데이터가 복구되면서 고인의 과거 사진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해주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쟁이 치열합니다. 고인의 사생활이니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고인의 디지털 자료도 유산의 범주에 속하니 유가족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요.

해당 논쟁은 우리나라 SNS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제트에서 고인이 된 회원들의 사진, 동영상, 다이어리 자료를 유족에게 전해주는 서비스인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되었어요. 숨진 모 배우의 가족들이 디지털 데이터를 이관해달라고 요청했고, 싸이월드제트가 로펌의 자문을 받아 이용약관 제 13조 1항에 ‘회원 사망 시 서비스 내 게시한 글의 저작권은 별도 절차 없이 상속인에게 상속한다’고 기재했죠.

디지털 유산에는 ‘사망한 회원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상속하기 부적절한 게시물을 제외한다’는 전제가 달려있지만, 싸이월드제트의 행보에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추억입니다. 고인이 된 가족을 추억하고 싶을 때 디지털 기록들이 큰 도움이 되며,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준비 없이 고인을 보냈을 경우에도 디지털 상속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를 중요시하고 있어요. 고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디지털 기록들이 전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가장 크죠. 싸이월드제트 측에서는 공개 설정된 것들에 한해서만 유족에게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고인의 의사를 들어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반발 의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법령이 없어 해당 논쟁은 꾸준히 이어질 듯합니다. 디지털 유산을 어느 범위까지 간주할지, 상속자의 범위를 누구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죠. 참고로 디지털 유산 정책을 만든 네이버의 경우에는 블로그나 이메일 등에 남긴 데이터는 유족이더라도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유족이 요청하면 계정 삭제가 가능하고, 로그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백업해서 제공합니다.

싸이월드 공개 자료에 한해 제공
네이버제공 안 함.
계정 삭제 시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확인 가능한 데이터만 백업 후 제공
카카오제공 안 함
애플디지털 유산 관리자
: 고인이 생전에 지정한 유산관리자에 한해 접근 가능
구글휴면 계정 관리자 :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그 사람이 제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음. 휴면 계정 관리자 없이 휴면 상태가 되면 일정 기간 경과 후 모든 데이터 삭제
주요 사이트별 고인 기록 처리 방식

공개 처리가 된 자료는 누구든 다 볼 수 있도록 게시해둔 것이니 상관없지 않냐는 의견과, 유가족에게 보여주기 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상충하는 중이에요. 관련 규정이 정해진 이후에도 SNS를 다루는 개개인의 방식부터 가족간의 친밀도까지 다른 만큼 논의는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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