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지만 일은 안 할랍니다’, 안티워크(Anti-work) 열풍

미국 근로자의 퇴사율 추이. ⓒ미 노동부/비즈니스인사이더

현재 미국에 부는 ‘퇴사’ 열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의 퇴직자는 453만 명으로, 200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직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 노동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의 ‘안티워크’ 운동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
 

🙅🏻‍♂️🙅🏻‍♀️ ‘안티워크(Anti-work)’란?

안티워크의 열풍의 근원지는 미국의 한 커뮤니티 ‘레딧(Reddit)’이에요. 지난해 게임스톱과 AMC 등 밈 주식(온라인 입소문을 타고 개인이 몰리는 주식)의 매수를 독려하면서 주가를 폭등시킨 바 있으며, 이러한 이슈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유명해진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지요. ‘안티워크’는 레딧에 개설된 ‘반노동’을 주제로 한 동명의 소모임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가능한 한 적게 일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곳 회원들은 일터에서 경험한 불합리함을 공유하고, 함께 퇴사 계획을 논의하고, 퇴사 결심을 격하게 응원한다고 해요.

불에 타고 있는 회사 신분증 사진과 함께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설명.
ⓒ커뮤니티 레딧

👩🏻‍🦰 안티워크 운영자 도린 포드 :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반려견 산책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어요. 안티워크를 통해 직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지금 마침내 숨을 쉴 공간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안티워크’ 소모임이 처음부터 눈길을 끈 것은 아니에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초기만 해도 회원수가 10만 명대였지요. 하지만 점점 입소문이 돌더니, 22년 1월 말 기준으로 회원수 170만 명을 넘어섰답니다. 매체들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에 적응된 젊은 근로자들이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시작되었다고 분석했는데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생각 변화로, 업무로 인한 성취감보다 여가를 통한 즐거움을 얻고자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많아졌다는 거지요. 🙂
 

🙅🏻‍♂️🙅🏻‍♀️ 안티워크 열풍,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

이러한 퇴사 열풍이 재정적 독립을 갖춘 조기 은퇴를 뜻하는 ‘파이어족’을 뛰어넘는 사회현상이 되자, 미국에서는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미권에서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한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난 현상을 일컫는 말로, 1929년에 시작된 사상 최대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연상케 하지요.

‘안티워크’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40대 초반이던 1989년, 이들의 평균 자산은 11만 3,000달러였는데요. 이에 비해 2019년,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은 9만 1,000달러로 20%가량 줄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MZ세대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가질 수 없는 부를 쫓기보다는 잘못된 상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하게 된 거지요.

전문가들은 이런 대퇴사의 물결이 미국 노동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어요. 현재 많은 미국 기업이 인력 부족에 따른 공급난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노동의 가치가 바뀌면서 시작된 ‘거대한 퇴사’ 물결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답니다. 😧
 

🛌🏻 ‘격하게 누워만 있고 싶다’ 중국의 ‘탕핑(躺平)주의’

“드러눕는 것이 곧 정의”라며, 2년간 일하지 않고 최소한의 돈으로
침대 위에서 누워 지내는 자신의 ‘탕핑하는 삶’에 대해 소개한 글.
ⓒ웨이보 캡처

이러한 노동 거부 움직임은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답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며 가만히 누워 지낸다’는 의미의 ‘탕핑주의(lay flat)’가 확산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건데요. 치열한 경쟁 속에 좋은 스펙을 갖췄지만, 열심히 일해봤자 저축한 돈으로 집이나 차를 살 꿈도 꿀 수 없기에 근근이 먹고살며 정신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주장이에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적은 물질적 자원으로 나태를 즐기자는 것이 탕핑족의 ‘철학’이지요.
 

‘시진핑’, ‘탕핑’ 키워드 검색 결과를 찾을 수 없다. ⓒ바이두

‘탕핑’ 열풍은 중국 정부가 치솟은 집값과 과열 교육,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외면한 채 출산 장려를 주문하자, 이를 비판하기 위한 젊은 세대의 저항이 커진 것으로도 볼 수 있어요. ‘탕핑’은 오늘날 중국 젊은이의 현실을 보여주는 키워드이지만, 정부는 취업도 연애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비판하며 탕핑을 해시태그 ‘금지어’로 지정했답니다.
 

🛵 ‘힘들게 취직하느니 배달할래요’ 한국 MZ세대의 ‘긱노동(Gig work)’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최근 한국에서는 어느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일을 동시에 맡길 원하는 ‘긱 워커(Gig Worker)’가 급증하고 있어요. 해당 용어는 과거 미국에서 여러 재즈바를 돌며 잠깐씩 일을 봐주는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던 데서 비롯되었는데요.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차선책으로 택하는 기존 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긱 워커들은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에요. 최근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상품 배송과 음식 배달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파트타임 방식의 ‘긱노동’이 MZ세대의 새로운 근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이들이 긱노동을 자처하는 이유는 풍요로워서가 아니라, 직장에 다녀봤자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져서라고 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기 힘든 현실에서 욕심을 포기하고 눈앞의 현실에 ‘적당히’ 안주하며 사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나를 괴롭게 만드는 직장을 관두고, 배달과 같은 긱노동을 택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거예요. 팬데믹 기간에 급등하는 자산 가격을 보면서, 근로 소득만으로 자산가들이 쌓는 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깨닫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답니다. 😢
 

🙅🏻‍♂️🙅🏻‍♀️ ‘안티워크’ 열풍, 얼마나 계속될까?

골드만삭스는 “안티워크 운동으로 더 많은 젊은이가 일하지 않는다면 침체한 노동참여율 추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위험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호주 맥크린들 리서치의 소피 렌톤 전문이사도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살기를 선택했다. 호주에도 ‘대규모 퇴직’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요.

반면, 금융전문가 엘리슨 슈레거는 “모아둔 돈이 떨어져 생활고에 직면하거나, 단기근무 등에 지루함을 느끼면 결국 직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통계적으로 2-30대에 쌓은 기술과 네트워크가 평생 경력을 결정하는데, 젊은 세대의 긴 안식년은 끔찍하다.”라며 안티워크의 종말을 주장해 주목받기도 했어요. 안티워크가 노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많은 나라가 MZ세대의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킬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여요.
 

✍️트렌드사파리 관람내용 요약
1. 미국에서 ‘안티워크’라 불리는 노동거부 운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2. 팬데믹 기간 벌어진 자산 격차가 젊은이들의 근로 의욕을 잃게 만든 점도 ‘안티워크’ 열풍의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3. 각국에서는 MZ세대의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킬 해결책이 시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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