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줄 섰었어요”- 문화가 된 오픈런

요새 소위 ‘핫’ 하다는 곳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오픈런(OPEN RUN)’. 오픈런은 원래 공연 관련 용어로 종료 시점을 정해두지 않고 무기한으로 공연하는 걸 일컫는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매장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거나 줄을 선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답니다. 오픈런은 주로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고가의 명품 구매 시에 볼 수 있는 현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명품뿐만 아니라 웨이팅이 많은 맛집, 전시회,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오픈런 사례와 그 속내까지 살펴볼게요.

👜오픈런의 시작에는 명품이 있었다.
제품 구매 이후에는 리셀가로 되팔기

언제부턴가 백화점 주변에는 간이 의자를 펼쳐두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어요. 명품 브랜드사들의 가격 인상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백화점 명품관 주변으로 길게 줄이 늘어섰죠. 특히 명품 브랜드 샤넬은 오픈런이 심한 브랜드로도 유명해 샤넬런(샤널+오픈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어요. 유트브에서는 샤넬 오픈런 꿀팁, 성공 후기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답니다.

©SBS 뉴스 유튜브 채널

지난 1월에는 나이키 리미티드 에디션 구매하기 위해 각 매장에 인파가 몰리며 작고 큰 사건사고가 생기기도 했어요. 선착순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 하는 등 아찔한 순간들이 펼쳐진 것이죠. 영상을 본 사람들이 ‘좀비 영화나 재난 영화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선착순 판매가 끝난 뒤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는 정가 17만 9천 원짜리 제품이 8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해 나이키 오픈런 사태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스와치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협업한 ‘문스와치’를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오픈런이 이어졌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스위스제네바, 이탈리아 밀라노, 홍콩 등의 매장에서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고객들끼리 몸싸움을 벌여 판매가 중단되거나 경찰도 출동했다고 해요. 선착순 판매 종료 후에는 어김없이 리셀 플랫폼에 해당 제품이 올라왔는데요. 정가 33만 원의 약 3배~10배 이상을 웃도는 100만 원 중반대부터 300만 원대까지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오픈런과 뗄 수 없는 리셀.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이 유행하고 리셀 대세 품목으로 자리 잡으며, 재테크의 개념으로 오픈런에 뛰어든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이런 리셀테크 현상과 관련해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소액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뭐든 투자한다”라며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과 함께 중고 거래 활성화, 취미의 다양화 등을 리셀테크 확대 원인으로 지목했어요. 이어 “(리셀러들이) 타 소비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끊임없이 자극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거나, 세금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의 문제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추억의 포켓몬 빵을 차기하기 위한 치열한 오픈런
맛집 오픈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https://youtu.be/YrT_0T6KxwI
©당근마켓 유튜브 채널

최근 16년 만에 다시 출시돼 밀레니얼 세대 어른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 포켓몬빵. 포켓몬빵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이제는 자본력을 장착한 어른이들의 열정을 되살렸는데요. 빵 속에 들은 랜덤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차지하기 위해 오픈런부터 물류런(포켓몬빵을 실은 물류차 시간에 맞춰 줄을 서는 것)까지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고 있어요.

들여다 놓으면 순식간에 품절되는 포켓몬빵 진열대에는 포켓몬 캐릭터들의 그림을 부착해놓고 재치 있게 품절을 알리기도 했죠. 식품업계는 포켓몬빵을 단순히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매 방법을 공유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특징은 인터넷에서 어떤 열풍을 주도하고,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명품 오픈런, 음식점 줄 서기, 호텔 빙수 찾기 등으로 만들어 낸다.”라며, “이전의 오픈런과 포켓몬빵 열풍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15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 덕분에 10대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NS 유명 맛집에서도 오픈런은 이어졌어요. ‘누가 줄 서서 빵을 먹어?’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고 경험에 시간과 값을 투자하는 것이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MZ세대에서 열풍이 시작된 노티드 도넛부터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애니오케이션 베이글 등 빵 맛집도 오픈 시간 전부터 매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요. 오픈 전에 줄을 서더라도 눈치 싸움에 실패하면 바로 입장하기 어렵거나, 원하는 빵이 품절되기도 해요. 그래서 점점 오픈런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유행하는 음식을 맛보고,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전시회와 팝업스토어도 당연히 웨이팅
경험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요시고 사진전’은 오픈과 동시에 SNS 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 전시회로 급부상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부터 추운 겨울날까지 오픈런은 계속됐는데요. 그럼에도 인기가 식지 않아 결국 전시회 마감 일정을 12월에서 3월로, 다시 4월로 두 번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오픈런과 웨이팅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열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시몬스 부스에도 개막 첫날 오픈 전부터 입장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해요. 대기만 700팀, 최장 3시간에 달하는 대기 시간을 감수하고도 새로운 경험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해당 부스에는 담동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그대로 재현하고, 부스 한 켠은 ‘멍 때리기(Hitting Mung)’를 주제로 한 ‘Oddly Satisfying Video: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휴식 공간 등으로 연출했어요.

이외에도 명동에 새롭게 오픈한 애플스토어,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 출시 등 핫한 트렌드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오픈런이 함께 했답니다. 이 같은 오픈런 문화는 현재에 투자하며 과소비를 즐기는 ‘플렉스’ 문화, 리셀 플랫폼의 등장, 제한된 물량으로 고객의 갈망을 자극하는 ‘헝거(hunger) 마케팅’ 등이 결합한 새로운 소비문화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렌드사파리 관람내용 요약
1. 오픈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요.

2. 명품뿐만 아니라 웨이팅이 많은 맛집, 전시회,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요.
3. 오픈런 문화를 ‘플렉스’ 문화, 리셀 플랫폼의 등장, ‘헝거(hunger) 마케팅’ 등이 결합한 새로운 소비 현상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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