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인정받는 K-POP, 실상은 노래하는 기계? BTS가 말하는 K-POP 산업의 고질병

“지금 활동이 괴롭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게, 여러분이 너무… 그걸… 미워하실까 봐 사실은… 내가 쉬고 싶다고 하면 내가 죄 짓는 것 같아가지고…”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9주년 기념 웹 콘텐츠 ‘방탄TV’에서 리더 RM이 눈물을 보이며 한 말입니다. 가사를 쓰고 싶은데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한 멤버도 있었죠. 웹 콘텐츠가 업로드된 이후 방탄소년단이 해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로 떠들썩했지만, BTS는 재정비와 개인활동에 전념하는 것일 뿐 해체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News

RM은 9년 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해야 하는 구조’라고 소신을 밝혔어요. 이에 케이팝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먹고 커가는 케이팝의 이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케이팝은 계획적인 훈련과 통제로 관리되는 아이돌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를 통해 세계적인 성과를 이뤄냈어요. 한국보다 아이돌 문화를 먼저 부흥시킨 일본을 능가한 것은 물론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고요. 하지만 RM의 말처럼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이나 성적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니 당사자인 아이돌은 부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이 멤버 개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무시한 채 소비 중심의 기획에 멤버들을 가두고, 이를 반복하는 아이돌 멤버들은 부품화되어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케이팝 아이돌은 여러모로 딜레마에 갇힙니다. 컴백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휴식기를 가지는 새에 다른 아이돌들의 컴백으로 팬들을 빼앗기거나 대중들에게 잊히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 앨범의 활동을 마치기가 무섭게 다음 앨범을 준비하거나 콘텐츠를 촬영하여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외적인 모습 또한 마찬가집니다. 한 걸그룹 멤버는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식단 조절을 하는 아이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다이어트로 마른 몸매를 만들어냈을 때가 가장 호응이 놓고 언급도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수익성과 독창성, 건강과 외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심각한 고뇌를 겪는 아이돌 중에선 불안장애 등의 심리적인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랍니다. 그뿐만 아니라 BTS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로는 대다수의 아이돌들이 글로벌 경쟁에 내몰리면서 더욱 부담감을 갖게 되었죠.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톱급 아이돌이 직접 케이팝 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이제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

케이팝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케이팝 가수를 흔히 판타지를 파는 직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기에 실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외모와 과거 행실, 현재의 인성까지도 더욱 엄격하게 평가 받고 있어요. 높은 완성도로 사랑 받는 케이팝 아이돌이라지만, 상품이라는 인식으로 옥죄기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라는 인식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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