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문화=환경 파괴? 지속 가능한 팬질을 위한 엔터사의 친환경 움직임

“취미생활하는데 왠지 죄 짓는 기분이 들어요.“

“굿즈가 포토카드를 인질로 잡고 있는 셈이라니까요.”

“스밍 돌릴 때도 탄소가 엄청 많이 나온다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반 없이도 노래를 듣는 세상임에도 케이팝 업계 구조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오고 있어요. CD 플레이어나 MP3을 들고 다니던 것도 오래 전인데, 아티스트의 앨범은 계속 CD의 형태로 발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팝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들 또한 일찍이 엔터사들의 상술을 비판해왔습니다. 같은 곡목이 수록되음에도 다른 콘셉트의 사진을 사용하여 여러 개의 음반을 만들어내고, 앨범마다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각기 다르게 랜덤으로 제한된 장수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굿즈의 경우에도 비실용적이거나 아예 필요하지 않은 품목이 포함되어 있어 구입하거나 특전으로 받게 되어도 처치 곤란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해요.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제 엔터사들도 친환경 행보를 걷기 시작했어요. 3대 엔터사로 손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엔터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RE100을 이행했다는 소식입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에요. 한국에서는 기업이 옥상, 주차장 등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직접 설치 또는 투자하는 직접적인 방식이나, 한국전력공사에 전기요금과 별도로 재생에너지를 위한 녹색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JYP의 경우에는 2021년 한 해 동안 본사 건물에서 쓴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태양광발전소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해요. 간접적인 방식이라 해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수익을 얻고 향후 수익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케이팝 팬들은 이러한 친환경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예요. 친환경적인 팬 활동을 하고 싶어도 기획사가 그러한 행보를 걷지 않는다면 환경을 훼손하는 데 일조하는 방향의 소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인데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케이팝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갈 주체’의 1순위(95.6%)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꼽히기도 했어요. 공급하는 입장인 엔터사부터 친환경 행보를 걸어야 친환경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이제 다른 엔터사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YGSM친환경 소재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IST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소속 아이돌 그룹 빅톤의 앨범을 CD 없이 ‘플랫폼 앨범’ 형태로 발매하여 케이팝 팬들의 호평을 얻었어요. 하이브는 지난 3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SM은 지난 5월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기도 했어요.

최종 목적은 수익 창출인 만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요. 일례로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만든 음반이 발매한 엔터사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 체계상 생분해 플라스틱보다 분리배출로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쓰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해요. JYP도 한때는 친환경 소재의 굿즈를 판매하는 ‘그린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여기에 ‘랜덤 포토카드’를 포함시켜 상품의 중복 구매를 유도했죠. 그렇기에 기업의 친환경 전략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여 이러한 불상사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엔터사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케이팝 업계에도 조금씩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네요. 곧 무분별한 굿즈와 음반 판매로 무한정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도 대폭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나아가 앨범 판매량으로 인기의 척도를 가르고 줄 세우기를 하는 분위기가 사라지도록 다른 방식의 생산 구조를 구축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