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통해, 발매 당시에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2.5세대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재조명되고 있어요. 일명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나에게는 명곡이나, 남들과 같이 듣기에는 부끄러워 숨어서 듣는 노래를 뜻해요. 과거에는 어쩐지 낯 뜨거워 지나쳤던 곡들이 왜 지금에야 주목받고 있는 걸까요?
🎧 대놓고는 못 듣고 ‘숨어서’ 듣습니다!
숨어서 듣는 명곡들은 멜로디는 좋으나, 다소 유치하고 횡설수설한 가사와 독특한 콘셉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9인조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데뷔곡 ‘마젤토브’ 가사를 살펴보면, ‘그저 단지 해프닝, 다른 사람 만나는 건 헤픈 이’ 같은 난해한 라임과 ‘월화수목금토일’, ‘라틴 걸, 멕시칸 걸, 코리안 걸, 재팬 걸’처럼 노래의 주제와 상관없는 단어 나열로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묘하게 중독성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재미난 가사로 노래를 ‘숨어서’ 듣는 팬들이 생겨난 것이죠.
보이그룹 틴탑의 노래 ‘향수 뿌리지마’도 최근 재조명되는 곡이에요. 재기 넘치는 가사는 숨듣명의 필수 조건인데요. 발랄한 멜로디와는 달리 놀라운 반전이 있는 가사라, 이해하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좋아하는 누나에 대한 찬양을 이어가다가 후렴구에서 난데없이 ‘향수 뿌리지마, 이러다 여친한테 들킨단 말야’라는 가사가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틴탑의 멤버들은 한 방송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엔 그저 누나한테 고백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가사를 이해했을 땐, 우리가 안 웃으면 노래가 이상해질까 봐 해맑은 표정으로 노래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 노래는 국내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프로듀서가 작사, 작곡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반전(?) 포인트로 회자되고 있답니다.
🎧 ‘나만 그리운가요?’ 그때 그시절
숨듣명이 재조명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최신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신선함보다는 과거의 확실했던 즐거움에 대한 수요가 커진 거예요. ‘숨듣명’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수들은 제국의 아이들, 티아라, 유키스, 틴탑 등으로 대부분 90년대 생이 학창 시절에 접한 가수들이죠. 누리꾼들은 “숨듣명을 들으면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나처럼 그때 그 가수들도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뭉클해진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김윤하 음악평론가: “K팝이 부흥하던 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다 보니 ‘괴작’도 많이 등장했어요. 당시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복고 흐름에 발맞춰 그 역시 추억의 아이콘이 된 셈이죠.”
정지우 문화평론가: “젊은 시절 좋았던 경험을 추억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에요. 90년대 생도 텔레비전을 소비한 세대인데, 그 세대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주류 대중문화도 나이 있는 세대들이 주도해가는 현상이 눈에 띄는 겁니다.”
🎧 ‘숨듣명’ 화제를 이끈 주역 <문명특급>
숨어서 듣는 명곡은 말 그대로 ‘숨어서’ 듣기 마련인데, 어떻게 이토록 화제가 된 걸까요? 숨듣명이 최근 재조명을 받게 된 건 유튜브 웹 예능인 <문명특급>의 영향이 컸어요. 서른 번째 에피소드 <숨어서 듣는 명곡 아는 사람?>에서 진행자 ‘재재’는 아이템 회의를 하며 숨듣명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신이 숨어서 듣는 명곡 여러개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를 본 많은 시청자들이 댓글을 통해 비밀리(?)에 혼자 듣던 숨듣명 리스트를 공개한 것이죠.
공감을 얻은 <문명특급>은 숨듣명의 대표 가수들을 초대해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어보는 코너를 만들었고, 나아가 지난 추석에는 <문명특급>을 빛낸 주역들을 한자리에 모아 ‘숨듣명 콘서트’를 열기도 했답니다.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JTBC <슈가맨>과 같은 프로그램이 그 시절 명곡들로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했다면, <문명특급>은 ‘더 이상 이 노래들을 숨어 듣지 말자, 내가 좋으면 명곡이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어요.
⌨️ 여기서 잠깐! ‘숨듣명’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숨듣명을 더욱 맛깔나게 즐기고 싶다면 ‘댓글모음’ 영상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에 달린 댓글을 영상 안에 담아낸 것으로, 댓글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적재적소에 딱 맞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에요. 올해 가요계를 강타한 가수 비의 ‘깡’ 신드롬 역시 이러한 댓글모음영상을 시작으로 화제를 모았었죠.
🎧 2020년을 사로잡은 숨듣명 리스트
그렇다면, 기상천외한 콘셉트로 그 시절에는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또 다른 곡들을 만나볼까요?
✍ 트렌드사파리 관람내용 요약
1. ‘숨어서’ 듣던 명곡이 더 이상 숨어서 들을 필요가 없는 명곡으로 뜨고 있어요.
2. 숨듣명 열풍은 특히 90년대 생의 학창 시절 추억을 소환하고 있어요.
3. 더 많은 ‘숨.듣.명’을 들어보고 싶다면 여기서 확인하세요.
